햇반전쟁, 쿠팡과 옛 것들의 전쟁 (1) <Copy and Make it better>
식품, 화장품, 택배, 컨텐츠에 이르기까지 쿠팡은 기존 유통업자들의 사업을 더 나은 모양으로 복제해나가고 있습니다.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 쿠팡의 단가 인하, 마진율 인상 요구에 따른 갈등으로 LG생활건강은 2016년, CJ는 2022년, 존슨앤존슨은 2023년 로켓배송 취급을 중단했습니다.
- 작년 말부터 시작된 햇반전쟁(비비고만두는 조연인가봐)은 그러나 단순히 흔한 유통업체간의 갈등은 아닙니다.
- 기본적으로 쿠팡의 "니가 뭘 할 수 있는데" 전략이 가능한 이유는, 쿠팡의 플랫폼 이용자와 거래액등이 타 플랫폼에 비해 압도적이기 때문이에요. 이 압도적임을 바탕으로, 기존 유통 공룡들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습니다.
- 식품, 화장품, 택배, 컨텐츠에 이르기까지 쿠팡은 기존 유통업자들의 사업을 더 나은 모양으로 복제해나가고 있습니다.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최근, 쿠팡과 CJ그룹이 치르고 있는 전쟁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들어본 적은 없으셔도 쿠팡에서 햇반 로켓 배송이 안 되는 건 이상하게 여겨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2022년 11월, CJ제일제당은 '햇반', '비비고 만두' 등 주요 제품의 쿠팡 납품을 중단한 바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CJ제일제당이 쿠팡의 납품가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그렇게 후려쳐서는 물건 못 대겠다는 말인 거죠.
그런데 답은 생각 외로 간단합니다. CJ햇반 없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오뚜기 햇반 드시겠죠? 그런데 쿠팡, 로켓배송 이거 없으면 어떻게 하실겁니까. "니가 뭘 할 수 있는데"
"니가 뭘 할 수 있는데" 라고 물어보기 위해 쿠팡은 이 오랜 세월의 적자를(수모를) 견뎌왔던 겁니다. 서서히 로켓배송 구독자들을 중독시킨 끝에, 마침내는 로켓배송 없이 못 사는 몸으로 전락시켜 버린 것이죠.
이 "니가 뭘 할 수 있는데"의 온화한 표현이 바로 23년 6월 11일, 쿠팡의 "대기업 그늘에 가려진 중소기업 쿠팡서 빛 본다"라는 보도자료였습니다.
쿠팡은 올 들어 1~5월의 식품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중견기업 즉석밥 제품이 최고 50배, 중소기업 제품은 최고 100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간단해요. 이런 뜻이죠.
"밥? 그게 뭔데? 그게 그렇게 대단해? 아무나 "안치는" 게 밥이야. 근데 로켓배송? 그거 니들 할 수 있어? 못하잖아 ㅋㅋ 싫으면 그만 둬 ~ 나가 ~ 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아"
CPNG(2010~ )
비비고 만두도 이런 갑(?)질은 피해가지 못했는데요. 뭐 사실 누가 갑인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지면 내가 을이라고 소리는 쳐 봐야겠죠? 그래도 햇반이 곰곰밥(?)이라는 듣보 밥 브랜드한테 얻어맞은 것에 비해서는 좀 있어보이는 취영루라는 브랜드에게 맞았습니다.
“치열한 국내 만두시장에서 대기업 틈에 우리같은 중소기업이 살아 남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쿠팡은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오직 고객의 평가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승부의 장이 열렸다”
취영루 대표 신정호
취영루 제품 하나 보고 가겠습니다.
햇반전쟁은 뭐 꽤 된 이야깁니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도 단순히 신구 유통채널의 힘겨루기 때문은 아니구요. 최근, CJ그룹과 쿠팡의 치정극이 한 건 더 터졌습니다.
넵. 지난 7월 24일, 쿠팡은 국내 헬스앤뷰티 1위 업체 CJ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습니다.
쿠팡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올리브영이 쿠팡을 경쟁 상대로 여겨 영세한 중소 뷰티업체들이 쿠팡에 물건을 납품하거나 거래하지 못 하게 막아왔는데, 이는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소지가 크다. 올리브영은 2019년부터 현재까지 4년 동안 쿠팡이 뷰티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쿠팡에 제품을 납품하려는 뷰티업체에게 납품을 금지하거나 거래 불이익을 지속적으로 줬다. 쿠팡은 납품업자로부터 경쟁력 있는 화장품 공급에 방해를 받는 등 갑질로 인해 사업에 막대한 지장과 피해를 초래해 신고하게 됐다”
요약하자면, 올리브영이 뷰티업계 기존 지배력을 활용해서 중소 뷰티업체들이 쿠팡에 납품하지 못하도록 했다. 라는 겁니다. 쿠팡에 의하면요.
사실은 뭘까요? 아뇨. 사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햇반에서도, 만두에서도, 화장품에서도 CJ와 쿠팡이 경쟁하고 있고, 한 쪽이 비정상적 수단을 써서 공격이 아닌, 수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포인트인 것이죠.
“오프라인 매장은 매대 제한으로 고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상품이 한정적인 반면, 온라인은 제약 없는 열린 공간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판매 환경을 제공한다. 제품력을 갖춘 신생기업이나 영세기업들이 더 많은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기본적으로 쿠팡의 "니가 뭘 할 수 있는데" 전략이 가능한 이유는, 쿠팡의 플랫폼 이용자와 거래액등이 타 플랫폼에 비해 압도적이기 때문입니다. 오랜 수모(적자)를 감내하며 마침내 얻어낸 시장접근성과 고객기반으로 엄청난 가격협상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CJ같은 기존 공룡들조차 겁에 질리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처음에는 햇반이었고, 다음엔 군만두였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뭐, 예측할만 했을 거예요. 둘 다 식품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화장품 유통? 올리브영은 상장을 준비해야 합니다. 쿠팡이 기존 유통 채널들에 가하고 있는 무자비한 소위 "협상"의 칼 끝이 올리브영을 정조준한다면?
좋습니다 화장품까지도. 그런데 쿠팡이 준비하고 있는 택배 사업은 어떨까요? 대한통운이 떠오르십니까?
쿠플 시네마는 어떠십니까? 쿠팡 플레이는 어떠신가요? CJ ENM이 생각나십니까?
햇반전쟁으로 시작한 이야기라 CJ를 위주로 다루었지만, 쿠팡의 칼 끝은 다발적으로 옛 공룡들의 심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것도 꽤 날카롭게.
말하자면, 쿠팡은 '더 낫게 베낀' 겁니다. 무서운 이야기죠.
자 그럼, CJ는 혹은 옛 공룡들은 뭘 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생존을 혹은 반격을 모색할 수 있을까요?
다음 글에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