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세계의 탈중국이 아닌 중국의 탈세계> 늦은밤 투자레터
3분기, 애플은 2001년 이후 최초로 4분기 연속 매출 감소를 기록하며 주 원인으로 중국에서의 성장 감소를 꼽았습니다. 중국 당국의 규제가 촉발한 애국주의 소비의 대동과 샤오미/화웨이 등 자국 브랜드의 성장이 그 배경이었죠.
Highlights
- 한국차, 한국화장품, 한국게임 모두 한 때 중국몽을 꾸며 부푼 미래를 그렸었습니다. 하지만, 한한령을 기점으로 해서 급속도로 그 기세가 꺾였죠.
- 한한령이 해제된다 할지라도 위 산업들이 옛 위세를 되찾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 공백의 시간 동안 중국은 우리 기업들의 노하우를 통해 자국 대체 산업을 크게 성장시켰기 때문입니다.
- 3분기, 애플은 2001년 이후 최초로 4분기 연속 매출 감소를 기록하며 주 원인으로 중국에서의 성장 감소를 꼽았습니다.
- 원인으로는 화웨이/샤오미 등의 약진과 중국 당국의 규제가 촉발한 애국주의 소비의 대동 등이 있습니다.
- 우리나라 기업들이 겪었던 일들을 미국 빅테크들도 겪고 있는 것입니다.
- 중국은 산업 초기 적극적으로 리딩 플레이어들을 유치하고, 자국의 산업을 충분히 육성해낸 이후에는 내치는 전략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 그리고 이 칼끝은, 테슬라까지도 노리고 있습니다.
- 격화되는 미중분쟁의 시대 미국 빅테크들의 성장세는 어떻게 될까요?
Scene #1 한국차, 한국화장품, 한국게임
현대차 中점유율 1.7%… “신차에 건다”
한때, 현대자동차는 중국에서 잘 나갔었습니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에요.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던 것은 2002년 EF쏘나타 출시와 함께였습니다. 그리고 이후 6년 후 2008년, 누적 판매량으로 100만대를 기록했죠.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은 그야말로 중국몽을 꾸어도 좋으리만큼의 판매 호조를 기록했습니다. 2002년~2008년 누적 판매량이 100만대였던 것과 비교할 때 2013년~2016년에는 연간 판매량 100만대 이상을 기록했으니까요.
이러한 상승세는 2016년 정점을 찍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사드(THAAD) 배치가 촉발한 한한령이 있었죠.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그것뿐만은 아니라는 걸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겁니다.
가장 쉽게 적어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한한령이 해제된다면, 한국차는 다시 연간 100만대를 넘게 팔 수 있을까요? 물론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그러기는 아주 어려울 겁니다.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은 한국 자동차들 뿐만이 아닙니다. 품질로는 정평이 나있는 일본 차들도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거나, 철수를 고려하고 있죠.
한한령과 코로나19로 인한 생산망 붕괴 등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중국의 의지입니다. 자국 산업, 특히 제조업을 육성하겠다는 국가적 차원의 지원은 타국 브랜드의 경영활동을 유무형의 방법으로 원활치 못하게 해왔습니다.
닛케이 분석가들은 BYD가 국내외 시장에서 탄력을 받으면서 올해 4분기, 전체 판매량에서 닛산을 능가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래프의 판매량 추이를 보시면 추세상으로 닛산, 스즈키를 곧 뛰어넘을 것처럼 보이죠. 혼다와의 차이도 점차 좁혀지고 있습니다.
익숙한 그래프죠? 이 문제는 자동차업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2016년 사드 문제로 인한 한한령이 실제로 대중 수출에 영향을 많이 주었지만, 한한령이 전면적으로 해제된다고 해도 한국 화장품이 예전의 위세를 되찾는 건 어려울 겁니다.
문제는 그동안 중국 로컬 브랜드가 많이 성장해버렸다는 겁니다. 자동차, 화장품같은 제조업들은 사실 오랜 기간 경제적 해자를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중국 매출 비율이 높았던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같은 기업들은 리오프닝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실적을 기록함과 동시에 주가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2023년 11월 3일 기준, LG생활건강은 2023년 1월 가격에서 -57% 하락한 328,0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2022년 11월 중국 리오프닝의 기대감을 타고 상승하던 주가는 점차 그 기대감을 반영하지 못하는 실적과 함께 하락하게 되었는데요. 중국 법인은 3분기, 리오프닝에도 불구하고 적자 전환했습니다.
이러한 우리 업체의 중국 점유율 하락은 비단 차나 화장품같은 제조업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게임계 이야기를 해보죠.
최근 판호를 받아 중국에 진출한 게임 두 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블루아카이브와 에픽세븐이죠. 진출 전 두 게임은 꽤 기대를 모았습니다. 블루아카이브는 출시 전 사전예약자 약 425만명을 동원했고, 사전예약만으로 중국 앱마켓 1위를 기록했구요. 에픽세븐은 출시 이후 10위 내 매출에 들어가기도 했는데요.
지금은?
둘 다 상위권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2016년 한한령을 내세워 중국은 오랜 기간 품질 면에서 앞서있던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을 막았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자국 게임계에 많은 지원을 쏟아부었죠.
이런 행태가 제조업 뿐만 아니라 무형재산권을 다루는 게임계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즉, 초기에 산업경쟁력이 떨어질 때는 적극적으로 공장과 인재를 유치하고 점차 억압해가면서 어느 정도 스스로도 그걸 복제하거나 혹은 뛰어난 경쟁력을 가질 때까지 자국 브랜드를 키워가는 식인 거죠.
한국차, 한국화장품, 한국게임. 모두 한 때 중국몽을 대차게 꾸었지만 지금은 그 밖의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Scene #2 흔들리는 애플과 중국의 밀월관계
11월 2일, 애플 3분기 실적 발표가 있었습니다. 연속 4분기째 매출 기준으로 역성장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에 의하면 이는 애플이 2001년 이후 겪고 있는 최고로 긴 실적 하락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중국이 등장합니다. 2010년 애플 수출 비중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던 중국향 수출은 2022년 35%까지 증가했습니다. 애플 전체 매출에 있어서도 대략 20%정도를 차지하죠. 금액으로 치면 12년간, 대략 12배 정도의 믿기지 않을 정도의 성장을 이룬 겁니다.
그랬던 중국 시장 내 애플의 매출 성장은 그리고, 2023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여러가지겠으나, 크게 두 가지 중국 내 브랜드인 화웨이/샤오미 등의 약진과 중국의 해외업체에 대한 다수의 규제로 인한 애국소비의 대두를 들어볼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 제조업계가 마주친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죠.
헤드라인으로도 직감되실 겁니다. 물론 애플의 미래에 대해 암울한 예측을 하려고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중국이 어떻게 탈세계를 추진하는가에 대한 초점이고요. 애플은 인도를 갖고 있고, 누적적으로 성장하는 서비스 수익 부문도 갖고 있으며 여전히 세계 최고의 웨어러블 기기 메이커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결국 그런 애플조차 베끼고, 이제는 어느 정도 내치려고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칼 끝은 어디까지 가 닿을까요?
Scene #3 마침내 테슬라
기가 상하이. 아시죠? 기가 상하이는 테슬라가 해외에 지은 '첫 공장'입니다. 2018년 12월부터 건설해서 1년 뒤, 2019년 12월에 모델3이 인도되었습니다. 공장 완공이 아니라, 생산 제품이 인도되었다는 뜻입니다. 현재 기가 상하이는 모델3,y 즉 테슬라 볼륨 모델의 생산을 맡고 있으며 테슬라의 첫 공장인 프리몬트 공장의 생산량을 추월한지는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즉, 기가 상하이는 2023년 현 시점. 테슬라의 공장 중 가장 생산성이 높은 공장입니다.
그런데 이 공장, 일론 머스크는 왜 중국을 선택했던 걸까요? 저렴한 노동력? 그건 더 싼 곳도 있는데? 넓은 시장? 뭐 그건 이유가 되기는 하겠죠. 그런데, 미국 시장도 충분히 넓은데?
기가 상하이 건설 시점, 테슬라는 중국으로부터 엄청나게 많은 혜택을 받았습니다. 세제혜택은 물론이거니와 저금리의 장기 대출 또한 약속 받았습니다. 타 기업에는 몇 년씩 걸리는 행정처리도 테슬라에게는 순식간에 이뤄졌죠. 게다가 무엇보다 파격적인 조치로는 중국법인을 테슬라가 100% 소유할 수 있도록 조처한 점이었습니다. 다른 생산기업에는 허용되지 않던 일이었죠.
왜 그랬던 걸까요? 중국은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초기에 이러한 유치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한국차, 화장품, 게임에게 그랬고 애플에게 그랬던 것처럼 전기차의 선두주자이자 혁신기업인 테슬라를 우선 중국으로 불러 온 것이죠.
맺으며, 세계의 탈중국인가, 중국의 탈세계인가?
탈중국의 시대입니다. 미국은 점잖게 리쇼어링이라 부르고 우리나라는 다각화라고 빗겨 말하지만 그 끝에 있는 것은 모두 중국이죠.
우리는 중국이 아닌 곳에서 광물을 수입하기를 원하고, 중국이 아닌 곳에서 생산하기를 원하고, 중국이 아닌 곳에도 판매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산업 초기 역량이 부족할 때 해외의 자본과 플레이어들을 유치하고, 기술과 인력을 육성한 이후에는 점차 이런저런 이유들로 규제를 가하죠. 그리고 나서 결국에는 흡수한 기술에 자국의 노동력을 결합해 수출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습니다.
칼 끝은 어느새 애플과 테슬라같은 미국의 빅 네임들에게도 노려지고 있습니다. 미중분쟁 격화의 시대에, 미국 빅테크의 매출과 투입 시설들은 인질처럼 작용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