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테이프 표준 전쟁에서 엿보는 배터리 시장의 미래(LFP vs NCM) (1)
* 역사는 반복하지는 않지만, 운율을 맞춥니다. * 전기차 시장의 개화와 함께, 어떤 배터리가 표준 규격이 될지에 대해 시장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습니다. * 가장 유명한 표준 전쟁 중 하나인 비디오 테이프 표준 전쟁(VHS vs 베타맥스)을 통해 미래를 어렴풋이 그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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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하지는 않지만, 운율을 맞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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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의 개화와 함께, 어떤 배터리가 표준 규격이 될지에 대해 시장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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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명한 표준 전쟁 중 하나인 비디오 테이프 표준 전쟁(VHS vs 베타맥스)을 통해 미래를 어렴풋이 그려보겠습니다.
“역사는 완전히 반복하지는 않지만, 라임을 탄다"
"history doesn't repeat itself, but it rhyms"
마크 트웨인
신기술, 신시장이 개화할 때면 항상 누가 그리고 어떤 기술이 표준이 되느냐가 화두가 되곤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전동화의 물결과 배터리 시장에서도 그렇습니다.
혹자는 가격 우위를 내세운 LFP를, 다른 사람들은 기술적 우위를 내세우는 NCM을 또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은 전고체 배터리를 이야기하고 있죠.
역사는 완전히 반복하지는 않지만 그 전개되는 양상에서는 비슷한 분기를 보인다고 마크 트웨인은 말했습니다. 굳이 말을 빌지 않더라도, 바로 그렇기에 우리는 역사를 공부하는 걸 겁니다. 과거를 읽어서, 불확실한 미래의 조각이라도 그려내보기 위해서 말입니다.
1970년~1980대 비디오카세트 레코더 표준을 두고 치러진 마케팅 분야의 가장 유명한 표준 전쟁 "비디오 테이프 표준전쟁"에 대해 되짚어보고, 배터리 시장은 그러면 누가 패권을 쥐게 될지 한번 그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비디오 녹화기는 필립스(네, 그 필립스가 맞습니다)에 의해 1960년대 말, 처음 개발되었습니다. 초기의 가정용 비디오 테이프는 비싼 가격과 특수한 사용층을 기반으로 만들어서 큰 인기를 글지 못했습니다(전기차를 생각하시면서 읽어봐주시면 흥미로우실겁니다). 1970년대, CES(네, 그 CES가 맞습니다.)에는 필립스가 내놓은 VCR-LP로 인해 본격적으로 홈 비디오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집안에서도 방송을 녹화해 돌려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게 된 겁니다.
일본업체들이 주로 대중화시킨 기술은 이 비디오테이프를 카세트화시켜서 예전보다 훨씬 소형화, 표준화 시킨 겁니다(like battery understood?)
이 때의 광기가 상상이 되세요? 한 번 흉내라도 내 보세요. 자, 당신은 1970년 어드메의 주식시장 참여자입니다. 온갖 비디오 레코더와 테이프 기술이 개발되었다는 뉴스가 들리고 뉴스에 따라서 주식들은 하루에도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갑니다. 신문에서는 1집에 1비디오 카메라가 놓이는 미래가 올 거라고 하고, 그런 미래가 영원불멸토록 지속되어서 비디오 카메라 회사의 성장이 끝없이 이어지리라고! 당장 매수하라고 소리지르는듯한 기사가 계속됩니다.
라고는 해도, 아시죠? 1세기가 아니라 단 30년 정도가 지나면 비디오 테이프의 기능 외에도 모든 것들을 한 데에다 퉁쳐넣은 "스마트폰"이 등장하게 된다는 것을요. 네, 영원한 건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전기차에 대한 헌사와 영원할 것 같이 그려지는 성장 그래프와 추정들도 몇십년 후에는 뭐, 상상할 수 없는 어떤 다른 상품이나 문화로 대체되겠죠. 그게 뭔지는 말 그대로 '상상할 수 없을' 겁니다. 비디오테이프가 스마트폰으로 대체되리라고 상상할 수 있엇던 1970년대의 사람들이 없었던 것처럼요.
뭐 잠깐 샛는데, 계속할게요. 이 때의 광기를 한 번 상상해보세요. 자, 바로 풀매수 갈겨야겠죠?
왼쪽이 흔하게 보시는 비디오테잎이에요. 오른쪽이 사자되어버린 베타맥스 규격이구요.
자 퀴즈, 그럼 뭐가 먼저 나왔을까요? 뻔하죠 뭐 물어보는 이유가 뭐겠어요. 소니(그 소니가 맞습니다)의 베타맥스가 시장에는 무려 1년이나 먼저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미 익히 알고 계시는 것처럼 테이프 표준 전쟁에서는 VHS가 이겼습니다. 역사는 승자만 기억한다는 말이 있듯이, 아마 오른 쪽의 규격은 알고 있는 사람도 별로 없을 거예요.
이제 왜인지가 중요하겠죠? 베타맥스는 왜 졌을까요?
먼저, 성능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보시다시피 테이프 크기 자체가 작기 때문에 기계를 작게 만들 수 있는 것부터 굉장한 장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영상의 성능인 화질의 측면에서, VHS보다 뛰어났으며, 화면이 깨끗하였고, 노이즈도 적었습니다. 성능 측면에서 VHS가 베타맥스에 비해 우위에 있었던 건 하나였습니다. 바로 녹화 시간이 길다는 것. 하지만 그 외형적 크기를 고려하면, 사실 규격 당 녹화 시간은 우월하다고 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오, 그런데 어떻게 졌을까요?
저는 승부를 해설하는 것을 즐기지 않습니다. 끝나고 난 뒤에 당연했다고 말하는 것은 그 당시 치열하게 승패를 두고 다퉜던 사람들에 대한 몰이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했다고 말하는 것보다 쉬운 건 없죠. 참전해서 패배할 용기가 수만 자의 해석보다 어떤 면에서도 낫다고 믿습니다.
뭐 아무튼 그래도 해야되니까 하죠. 그리고 해석을 위한 해석이라기보다는,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은 전기차 배터리의 표준 전쟁의 향방에 대해 점쳐보기 위함이니까요.
VHS의 승리에 대한 많은 해석이 있지만, 저는 가격과 시장점유율을 두 가지 큰 원인으로 꼽고 싶습니다.
VHS를 개발한 JVC에서는 VHS의 핵심 부품을 대량생산을 통해 무척 저렴한 가격에 공급했습니다. 이런 핵심 부품을 입수하면 VTR을 만드는 것 까지는 어렵지 않았다고 합니다. 핵심 기술을 이전하지는 않았지만, 기저를 이루는 부품을 싸게 공급해서 저변을 넓히는 전략을 택했던 것입니다. 표준 판매를 통한 이득 그 자체보다, 표준의 보급과 생태계 구축에 더 집중했던 것입니다. 반면, 소니는 JVS진영만큼 적극적인 보급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성능, 즉 '화질' 측면에서 우월한 기술 표준으로 시장이 따라올 것이라 여겼던 탓일 겁니다.
다음, 시장 점유율을 말하겠습니다. 1970년대의 소니는 일본 내에서 점유율이 큰 기업은 아니었습니다. 그에 반해, VHS진영의 JVC는 일본 최대 전자 회사, 마쓰시타(오늘날의 파나소닉)를 모기업을 두고 있었스니다. 마쓰시타는 2위 전자회사인 히타치와 손을 잡아 점유율의 측면에서 베타맥스 진영을 압박해가기 시작했습니다. 베타맥스 진영 도한 소니를 필두로 도시바, 아이와 등이 참여했으나 마쓰시타의 점유율을 내세운 전후방체인 협상력과 시장 침식을 이겨낼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1980년대 말에 접어들면서, 결국 항복선언을 하게 되죠. 그렇게 해서, 여러분은 VHS만 살아남은 세계선에 살고 계신 겁니다.
몇가지 포인트를 짚겠습니다.
- VHS는 기술적으로 열등했으나 지배적 표준이 되었다.
- 베타맥스가 내세운 기술(화질)은 VHS에 비해 우월했으나, 소비자들에게 소구할 정도는 아니었다.
- VHS는 표준을 팔아서 돈을 버는 것보다, 대중화에 역점을 두었다.
- VHS는 시장점유율을 앞세워 업계 전후방체인에 협상력을 발휘했다.
넵. 여기까집니다.
그래서, 가격경쟁력과 시장점유율로 기술적 열등함을 극복하고 베타맥스를 물리친 VHS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영원히 행복하게 1하우스 1비디오레코더의 시대를 마주하여 천년만년 태평성대를 누렸을까요?
아뇨. 뭐... 1990년부터 생각하자면, 10년도 안 되는 기간의 왕좌를 DVD에 내줬습니다. 네 그 DVD도 황천길 건너신 지 좀 됐죠. 레코더는 어떻게 됐나요? 스마트폰으로 모두 대체 당했습니다.
이것이 기술의 혁신입니다. 예측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운데다, 한번 쥐었다 싶은 패권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쉽게 사라지고 말죠.
현실에는,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 같은 건 없는 겁니다.
여기까지, 어떻게 기술적으로 열등한 규격이 시장 지배적 표준이 되었는지에 대해 가장 유명한 표준 전쟁인 비디오 테이프 표준 전쟁으로 되짚어봤습니다.
역사는 반복하지 않습니다. 다만 운율을 맞출 뿐이죠. 전기차 시장이 개화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표준은 어떻게 될까요? 다음 글에서는, 어렴풋한 미래를 그려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