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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의 니케이 최고점 도달, 한국 자산시장의 미래를 생각하다.

고먐미
고먐미
- 19분 걸림 -

세 문장 요약

  1. 일본 '경제 황금기'에서 추락까지, 89년에, 무슨 일이 있었나. 1.57 쇼크를 통해 보는 일본의 선례
  2. 우리나라 출산율 급감의 근본적인 원인은 다름아닌 산업구조의 변화에 있습니다.
  3. 이대로라면, 지속 불가능한 대한민국 자산 시장의 미래는 어디로 가는 걸까요.

지난주 금요일, 니케이 지수가 35,500포인트를 넘어서며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199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에요.

1년 전에 비교하면, 니케이 지수는 약 40%나 치솟았습니다. 당시에는 25,700선에 불과했으니 말입니다(2023년 1월 16일 기준 25,748.10). 작년 5월, 니케이가 드디어 30,000선을 넘어서며 '잃어버린 30년'을 회복했다는 평가가 나왔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들어 그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니케이의 사상 최고치는 바로 1989년 10월에 세운 38,915엔입니다. 일본 현지 투자 은행들의 분석에 따르면 대다수가 올해 니케이 지수가 최소한 36,000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문가들 중 약 20% 정도는 니케이 지수가 사상 최고치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미래는 확언하기 어렵지만요.

야후 파이낸스/니케이

1989년, 일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십니까? 아니아니아니 진짜 쉽고 빠르게 설명드릴게요. 그리고 알아 두셔야 돼요.

1980년대 말, 일본 경제는 그야말로 황금기를 구가하며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서 이례적인 가격 상승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례적인 추락도 경험했죠. 1989년 10월 니케이 최고치 보이시죠? 그리고 최저치도 보이실 겁니다. 저 꼭지점에서도 누군가는 매수했겠죠...

그 당시 일본의 기세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르는 듯 했습니다. NTT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받던 기업이었습니다. 세계1위라니... 그리고 시총 상위 50개 기업 중에서 33개를 일본 기업들이 차지했어요. 상위 20개로 범위를 좁혀보면 무려 15개가 일본 기업이었습니다.

당시 NTT의 시가총액은 한국 전체 GDP와 맞먹는 규모를 자랑했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1980년 초입, 엔화 가치 하락과 함께 일본 기업의 매출은 크게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들어온 통화량이 자산시장을 부양시키기 시작했죠. 그러나 1985년, 역사적인 플라자 합의로 인해 엔화 가치 상승과 함께 수출 감소 및 경제 성장률 하락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경제 침체에 대응하여 일본 정부는 금리 인하와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등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습니다. 이 조치로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기 시작했고,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 '부동산 불패'라는 신화가 있던 만큼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음, 비슷하죠? 여러분이 경험해오셨던 이야기와.

하지만 문제점도 발생했습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을 위하여 주요 도시로 몰려들고, 도시에서 집값 폭등 문제가 심각해져 서민들 사이에서는 집을 구할 수 없다는 절망감이 팽배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서민 계층 사람들 사이에서 정부에 대한 반감이 퍼졌죠. 그리고 출산율, 급전직하하게 됩니다.

요미우리신문

1989년, 이미 출산율은 미리 피로감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1.57쇼크라고 하죠. 1989년의 출산율이 그 때까지 가장 낮았던 1966년의 1.58명보다 더 떨어진 데에 대한 쇼크를 표현하는 말이었습니다. 1966년은, 60년에 한 번 돌아온다는 해였고 이 때 낳은 아이는 불운을 상징한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1989년에는, 이런 요인이 없엇음에도 불구 1.57이라는 충격적 수치를 기록한 거죠.

일본 정부는 자산 가격의 비정상적인 상승세를 잡아야 한다고 판단하여 1989년 금리를 갑작스레 올렸습니다. 이전에 낮은 금리가 자산 시장의 버블을 만든 주범이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인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소비자들의 지출 의욕까지 꺾여 경제가 급랭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은 1988년 9월 기준금리 2.50%에서 시작해 단 2년여 만에 이자율을 6.00%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굉장한 충격이었죠.

하지만 일본 자산시장은 식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버블을 완전히 꺼트린 마지막 결정타는 부동산 대출 규제였습니다. 1991년, 부동산대출총량규제와 담보 대비 대출 비율 조절 대책 등이 시행되며 버블은 단시간에 막을 내렸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니케이, 1990년의 급격한 낙하입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매수 의사가 거의 사라져 버렸고 일본 부동산 시장은 순식간에 붕괴되었습니다. 이처럼 강력한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당시 서민들 사이에서 집값 폭등으로 인한 절박함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대출 없이는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운 부동산 시장에서, 매매 거래가 사라지고 가격만 크게 떨어졌습니다.

일본 버블의 전말, 정리해드렸습니다.


사회적, 문화적 요소들이 저출산 현상을 설명하는 데 자주 인용되곤 해요. 예를 들면 티비 프로그램의 혼자 사는 풍조 권장이라든가 SNS에서 비롯한 남들과의 비교 현상이라든가 말이죠. 이런 것들, 모두 다 부차적입니다.

근본적인 저출산의 이유는 산업구조의 변화입니다.

올해 노벨상을 탄 미국 경제학자 골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의 출산율이 0.86명(지난해 1분기 기준)인 것을 잘 안다”면서 “20세기 후반 한국만큼 빠른 경제 변화를 겪은 나라도 드물고, 한 도시에 집중된 나라로 변모한 나라도 드물다. 한국 노동시장에서는 이런 변화를 빠르게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요.

"빠른", "집중"이 키워드입니다.

일본이 경험했던 버블 형성의 속도, 그리고 대도시로의 집중을 상기하면서 읽으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Women farming cassava in Sierra Leone
Photo by Annie Spratt / Unsplash

과거 농경 사회에서는 아이를 많이 낳으면 그만큼 가계 수입에 바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섯 살부터 아이들은 직접적으로 가정에 기여할 수 있는 자원으로 여겨졌죠. 여러분도 부모님 세대한테 들어보시곤 하셨을 거예요. 나 몇살 때부터는 부모님 일을 도왔다느니 하는 종류의 말들 말입니다.

오 년 동안, 한 명씩 아이를 낳는다고 가정해볼게요. 실제로 예전 세대는 그랬으니까. 처음 네 해 동안은 부모님의 보살핌이 필요하지만 이것 또한 대가족 시스템 안에서 공동 육아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첫째 아이가 열 살이 될 때까지 총 10년을 계산해보면 마지막 연도에는 두 명으로 시작한 부부가 7명의 대 농업집단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아이들, 임금도 받지 않습니다. 가정 경제에 크나큰 이득을 가져다주었던 것입니다. 낳으시겠어요 안낳으시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남성 기준으로 볼 때, 서른 살 정도 되어야 비로소 생산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합니다. 경제적 투자 관점에서 본다면, 이전 세대와 비교해 25년간의 순수 차익 손실을 의미합니다—현금 흐름 면에서 말입니다. 거기다가 키우는 데 돈도 비교도 안 되게 많이 들죠. 밥 숟가락 하나 더 놔주면 5살때부터 즉각적인 현금흐름 증분에 기여하던 자원이 이제는, 외국어에 논술에 컴퓨터에 뭐 별에 별거 다 시키는데 실패할 위험이 상존하는 폭탄이 되는 겁니다. 아니, 낳을건가?

분명 사회 내 세대 갈등과 성별 문제 등도 저출산률에 영향을 주는 요소.. 맞아요. 왜냐하면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이 출산율, 유례 없으니까요. 하지만 위에서 언급된 산업 구조의 변화와 '경제성' 문제가 우리 사회 전반의 태도를 바꾸어놓았음 또한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아, 이건.. 음.

요약하자면, 급속한 산업화 과정은 출산율 감소와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산업화는 1960년대부터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미/일에 의한 설계된 것이기도 했죠. 기적이라 불리울만큼 유례 없는, 또한 앞으로도 유례없을 산업화였으며 이 시기 이후 도시화가 진행되고 나서, 말하자면 아이가 자원에서 비용으로 극적으로 전환된 이후에는 출산의 동기가 그 발전의 속도만큼 급격하게 감소하게 되었다 라고 보는 것이 바른 관점일 것입니다.

Photo by Kevin Martin Jose / Unsplash

그리고 이런 급변의 시대에서 반드시, 산업화 시기 부를 축적한 세대로부터 새로운 세대로의 기회가 열려야만 합니다. 나보다 못한 삶을 물려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세대야말로, 후대를 생산하지 않는 세대가 되어버리고 말기 때문입니다.


물론, 작금의 0.8얼마, 그리고 서울 0.6 그리고 곧 보일 0.5같은 숫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안의 해결되지 못했던 여러 사회적/문화적 요인에 기반하기는 합니다.

몇 번의 기회가 있었다고 여기는데.. 가장 대표적으로는 2000년대 수도 이전 시도가 있겠습니다. 전쟁 위협을 피해서 남쪽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인구 과밀화를 고쳐서 새로운 세대에게 준비된 기회를 부여할 그런 사회적 합의가 우리에게도 가능했어요. 음, 넘기겠습니다.

눈 앞에 있는, 자산 가격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주택 담보 대출 이야기를 할게요. 주담대 만기는 몇십년입니다. 40년 또 길게는 50년 상환을 하죠. 하지만 그 어떤 사람도 40년, 50년 동안 그 빚을 다 갚을 생각은 '아 무 도' 안 합니다. 그럼 여러분 어떤 생각을 하나요? 네 맞습니다. 일단 40, 50년 상환기간의 채무를 실행한 다음, 주택 가격 상승 시기에 주택을 팔아서 모두 상환하고, 거기다 차익으로 노후를 혹은 더 큰 주택으로 옮길 생각을 하면서 몇십년의 채무를 빌리죠.

Photo by CHUTTERSNAP / Unsplash

이런 이야기, 실제로 가능해왔던 이야깁니다. 지금까지요. 이거, 그런데 한 번 인구구조와 신용의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100만명으로 해볼게요. 100만명이 다 40년 주담대를 했다 칠게요. 이들의 평균 연령대는 뭐 한 40대로 할까요?

이 사람들 이제 생각할겁니다. 부동산은 우상향이고, 뭐 한 60-70살쯤 아니면 그 이전이라도 가격이 상승하면 이거 던지고 나가겠다라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이거, 던지고 나가는 게 아닙니다.

그 빚을 사는 사람이 '승계'하는 거죠.

따라서 다른 조건들을 모두 고정시켜 놓고 볼 때, 100만명이 모두 엑싯하려면 100만의 다음 세대 인구가 유지되어야만 합니다. 음, 그런데 뭐 가구의 수가 독립변수가 될테니, 가구 수를 기준으로 생각해볼까요? 한번 계산해볼게요.

현재 출산율 0.7을 기준으로 하면, 단, 두 세대만에 인구는 1/10 정도로 감소합니다. 놀라운 이야기죠? 안 믿기실 것 같으니 보여드리겠습니다. 2인 1가구 기준으로 생각할게요.

100만명 (남50만 여50만) -> 50만가구

50만가구 x 0.7 = 35만명(남 17.5만명 여 17.5만명) -> 17.5만가구

18만가구(0.5더줌) x 0.7 = 12.6만명

단 두 세대, 그리고 100만명 > 12.6만명

현재의 50년짜리 만기 개별 부채들을 모두 롤링해서 다음 세대로 떠넘기려면, 모든 조건을 다 고정시켜놓고 고려할 때 87.4만명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12.6만명이 현재 100만이 이루는 가구수 예로 1로 놓고 계산하면 대략 8배로 분열한 가구수를 구성해야 한다는 거겠죠.

안 된다는 겁니다. 안 된다구요.

따라서 현재 자산시장은... 유지가능한 가격이 아닙니다. 위태로운 모델이에요.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보유한 비율이 연령대 다 무시하고 50%쯤 된다고 해요. 그러니 읽고 계실 반은 별로 달갑지 아니하실 소리실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예전과는 다른 시대가 오고 있다는 거예요. 같은 성공을 답습할 수는 없는 구조적 변화기로 접어들었다는 뜻이에요.


이 시점 다시 돌아가서, 니케이를, 일본을 떠올립니다. 일본도 또한 봤던 거예요.  이렇게 버블을 지속시켰을 때의 미래를. 가격을 지속시키기 위해 새로운 세대에게 빚을 롤링시키고, 모두를 한 곳에 모아 무한 경쟁의 사회로 달리다가는 이거. 일본에 사람 안 남겠구나. 하는 그런 미래요. 89년, 1.57쇼크를 보고 일본은 행동에 옮겼던 겁니다.

일본의 저출산 극복법 ‘먹고살 만해야 낳는다’
① 임금을 올려라: 비정규직 임금, 정규직 80%로 ② 노동시간 줄여라: 재택근무, 유연근무도 장려 ③ 아동수당 주라: 중학생까지 10~15만원 지급 ④ 여성을 춤추게 하라: 직장내 남녀평등 추진 ⑤ 지방을 살려라: 지방 죽으면 수도권도 공멸 일본 도쿄 나가타초 지역은

그래서 1990년대 이 버블을 그대로 그냥 꺼트렸던 겁니다. 연착륙같은 이름으로 미래 세대를 질식사시키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지금 당장 실책일 수 있지만, 더 늦는것보다는 빨리 바로잡는 게 낫다.

지금 부동산 가치로 쌓아올린 자산시장의 버블을 무너트린다 해도. 힘을 최대한 온존시키면서 서서히 회복한다면 더 강해질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요. 기초과학, 문화역량, 기술. 그러니까, 지금에 와서는 그런 생각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90년, 부동산 버블을 꺼트리고도 일본의 출산율 감소는 계속되었습니다. 하지만 1995년, 저출산 대책 엔젤플랜 등을 가동하며 꾸준히 정책적 노력을 받침하며, 2015년 기점 반등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의 출산율 역전은 2001년, 오타 아닙니다. 2001년 이뤄냈습니다.

kbs

2022년 기준,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26입니다. 낮은가요? 우리나라, 0.78이었습니다.

자산가치 보존을 위해 새 세대에게 부채를 끼얹는 방식으로는, 그러니까 혜택이랍시고 "신혼부부 저리 대출"같은 걸 하는 방식으로는 이거, 안 됩니다. 안 될 겁니다가 아닙니다. 안 돼요.

과감한 행동 뒤 30년이 지났습니다. 니케이, 이번엔 부동산의 힘으로가 아니라 단단한 피라미드를 가지고 다시금 최고치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코스피/코스닥의 30년 후는 어떻게 될까요. 0,6, 0.7을 가지고서 이 자산시장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아뇨 이거. 물음표 아니죠. 불가능합니다. 우리나라 30년 후의 자산시장은... 어떻게 되어있을까요. 딱 한 세댑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20년이라고 조롱하지만 단 한 세대를 희생해서 아마도 일본은 다시 살아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가 OECD에서 출산율 꼴찌를 기록하게 된 건, 그러나 최근이 아닙니다. 이미 2003년,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가임 여성 1000명당 1.17명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았어요. 그 상태로 20년... 지났습니다.

자산시장에의 충격은 불가피할 겁니다. 그러나 그 충격이 무서워 연착륙이라는 이름으로 부양을 시도하다가는 미래 그 자체를 제 손으로 완전히 멸절시킬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일본이라는 교과서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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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숫자로 세계를 읽는 회계사이고, 글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 쓰는 작가입니다. 텔레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https://t.me/latenight_moontic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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