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 가격이 반등하는 이유와 국내 골판지 산업에 대해서> 0110 Rubik's Talk
Rubik's Talk
- 코로나 특수성으로 급등했던 골판지 가격은 금리인상, 리오프닝 등의 이유로 22년 말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였습니다.
- 금리 인상기에 기업들은 제품이 팔리지 않자 재고를 소진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제품을 포장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골판지의 수요 또한 감소하였습니다.
- 경기가 회복되면서 기업들이 재고를 모두 소진하고 신제품을 생산하자 골판지 수요 또한 회복되었습니다.
- 23년 7월을 끝으로 날개 없이 추락하던 골판지 가격은 5개월 연속 상승하였습니다.
- 우리가 흔히 접하는 택배 상자는 골판지를 접어서 만들어지며, 골판지는 표면지와 골심지 그리고 이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표면지와 이면지의 원재료는 펄프이며, 골심지의 원재료는 폐골판지입니다.
- 스프레드에 측면에서 이점을 취하기 위해서는 골판지 원지와 골판지의 수직계열화가 중요합니다.
- 대표적인 국내 기업으로는 아세아제지와 태림포장이 있습니다.
코로나 기간 엄청난 유동성과 함께 소비가 증가하였습니다. 자연스럽게 소비재를 포장하고 있는 골판지 등 포장지의 수요도 급증하였죠.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비대면, 거리 두기 정책으로 인해 배달 음식과 택배의 수요 급증도 수요와 가격을 끌어 올리는데 한몫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상황은 역전되었습니다. 리오프닝과 함께 배달 음식 및 택배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하였고, 금리 인상의 결과로 유동성이 회수되자 기업들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보다 기존의 재고를 소진하였습니다.
새로운 제품이 생산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를 포장할 포장재가 필요 없다는 것을 의미하였고 골판지 수요와 가격은 올해 상반기까지 급락하였습니다.
9월 ~ 12월 간 미장 골판지 3종 세트와 S&P 500을 비교한 차트입니다. 골판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위 기간 동안 세 종목 모두 S&P 500을 상회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금리는 피크를 쳤고, 기업들은 재고를 하나 둘 덜어내고 있으며,
새로운 제품을 포장할 포장지 수요가 증가할 차례입니다.
간략한 매크로 얘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은 골판지 산업에 대해 조금 더 써보려고 합니다.
골판지 제조 과정은 위 이미지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① 골판지 원지 : 구조상 판상으로 이루어진 표면지와 이면지, 완충 작용을 하는 파상의 골심지로 구분됨
② 골판지 원단 : 골판지 원지(표면지, 골심지, 이면지)를 접착하여 제작
③ 골판지 상자 : 골판지 원단을 크기에 맞게 재단하여 접어서 제작
여기서 궁금한 점이 있으실텐데요, 그럼 골판지 원지는 무엇으로 만드는 걸까?
① 표면지/이심지의 원재료는 펄프 중에서도 UKP (표백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은 펄프)
② 골심지의 원재료는 폐골판지 OCC
따라서 골판지 산업도 원재료인 펄프와 폐골판지부터 골판지 원지 및 원단까지의 스프레드가 중요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골판지 원지 가격은 원재료와 동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스프레스 상 유리한 경향을 띠고 있긴하지만 역사적으로 봤을 때는 불리했던 기간도 많아서 골판지 업계의 단가 협상력이 최근 강해졌구나하고 참고만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우측은 골판지 원지의 원재료인 펄프와 폐골판지의 2023년 가격 변동 그래프입니다.
골판지 원지 및 원단의 수요 증가와 함께 6~7월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였다가 최근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골판지 기업들은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을까요?
가장 대표적인 상장 기업인 아세아제지와 태림포장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두 기업 모두 원지부터 상자까지 전 제조 공정을 수직 계열화하여 스프레드와 공급 측면에서 유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아세아제지가 유리합니다. 태림페이퍼는 비상장이기 때문입니다. (태림포장만 상장)
그렇다면 수요가 부진하고 원재료가 하락하는 이 시기에 기업의 영업 실적은 어땠을까요?
먼저 위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올해 1,2분기 원재료인 펄프와 폐골판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였습니다. 3분기부터 반등을 했지만 평균 가격으로 보면 3분기 또한 2분기 대비 낮은 가격을 기록하였습니다.
원재료 가격과 마찬가지로 제품의 판가 또한 지속적으로 하락하였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분기별 원재료 매입액과 생산 실적입니다.
원재료 매입액은 원재료 가격이 감소함에 따라 1분기 → 2분기 → 3분기로 갈수록 감소하였습니다.
다만 1분기와 2분기를 보면 원재료 가격 감소분 만큼 매입액이 감소하지는 않았는데, 이는 생산 실적이 증가하였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실적입니다.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네요.
1분기 → 2분기 → 3분기로 갈수록 원재료 매입액이 줄었고 제품 판가도 줄었습니다.
근데 왜?
Q1.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최대일까요?
Q2. 분기별 매출액과 매출원가가 비슷할까요?
A1. 2분기의 생산 실적이 최대였고 골판지 상자의 판가가 거의 유지되었기 때문입니다. (667 → 661)
A2. 이유는 골판지 상자 매출에 있습니다. 원재료 매입액에는 골판지 상자를 제조하는데 드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3분기에 골판지 상자 매출과 이익이 급격하게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근거로는 추석 명절이 있을 수 있겠네요.
결론적으로는 원재료 가격 하락 시기에 판가도 하락하였기 때문에 매출액은 감소할 수 있지만, 가동률(수요)에 따라서 영업이익은 유지되거나 증가할 수 있습니다.
결국 골판지 기업의 주가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수요가 증가할 만한 요인을 찾아야 합니다.
① 경기 회복 : 소비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러운 수요 증가 기대
② 경량화 및 친환경 소재 : 아래 두 가지 사례처럼 기존의 제품을 대체할 가능성
③ 쇼티지 이벤트 : 아주 단기적인 접근인데, 추석/설 등 수요가 몰리는 시점에 주가 상승 모멘텀 존재
④ 저평가 : PER 기준 타 섹터 대비 저평가 되어 있음. 아세아제지의 경우처럼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한다는 것도 하나의 투자 모멘텀이 될 수 있음.
골판지 산업은 사실 내수 위주 산업이고 혁신적인 산업이 아니라 지금 같은 장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오늘은 매력적이었네요 ^^;;)
저는 ①아세아제지의 파격적인 주주환원과 ②알리/테무 + CJ대한통운의 택배상자 수요 증가 때문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이번 기회에 흥미가 생기셨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이 글을 1월 5일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게으름 덕분에 아주 늦어졌네요.. 그 사이에 '태림포장'이 보냉재 골판지로 달나라에 가버렸습니다. (저도 없습니다..) + 태림포장은 CJ대한통운과 협업관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