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미래의 귀환(2) 반복되는 미래
고금리와 높아진 인건비, 줄어드는 인구가 자동화에 대한 자본투자와 시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자 근미래일 겁니다.
(1)편에서는 흑사병이 야기한 자동화를 되짚어봤어요. 요약해드릴게요. 당시 인구의 1/3을 사망에 이르게끔 한 이 괴멸적 질병은 당연히 의료적, 경제적으로 취약한 당시 노동계층에게 더 막대한 피해를 입혔어요. 따라서 사회적으로는 기존까지 존재하던, 탄탄한 노동공급과 소수의 노동수요 기반의 봉건제도가 무너지는 단초가 되었고, 경제적/기술적으로는 노동당 비용인 인건비가 오르면서 자동화에 크게 투자하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15세기의 태엽, 항해, 강선같은 발명들은 현재에도 산업과 세계화를 구성하는 큰 기틀들이죠.
이번 글에서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미국 자동차노조 파업이 전 세계 산업계는 물론이고, 세계 정치 판도까지 뒤흔들고 있습니다. 산업계와 정치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재밌는 주제겠지만, 뭐 아무튼 왜 하필 "지금"인지에 대해 말해볼게요.
파업은 노동자의 힘이 강할 때 벌어지는 이벤트입니다. 대개는 산업 호황기이거나, 아니면 사람을 구하기 힘들 때 말이죠. 지금은 어떨까요? 지금은 놀랍게도 둘 다입니다.
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거나 Build Back Better라거나 그러다 결국 IRA로 굳어진 미국의 정책 방향은 명확합니다. "미국에서 만들겠다" 라는 의지의 표명인 거예요.
사건의 크기는 시간의 간격으로 재면 됩니다. 10년만의 폭우보다, 100년만의 폭우가 더 심한 법이겠죠?
자동차노조가 GM, 포드, 스텔란티스 즉 이른바 빅3을 대상으로 동시에 파업에 나서는 것은 역사상 처음입니다. 역사상이라 함은 88년이구요. 따라서, 완전히 동어는 아니겠지만 88년의 노조 역사상 지금 현재 노동자의 협상력이 꽤 강한 모먼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배경에는 바로 위에서 말한 "미국에서 만들겠다"의 의지가 작용하고 있어요. 중국의 노동력을 덜 활용하면서, 미국에서 만드려고 하는데 그러다 보니 미국에서 볼트 끼우고 너트 조이는 노동자님들께 한 푼이라도 더 드려야 한단 소립니다.
흑사병은 노동가능인구의 직접적인 감소를 통해 단위당 인건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적었어요. 이번 역사에서는 맥락은 좀 다르지만, 여전히 라임은 맞추고 있죠. 그게 정치적 이유에서건, 아니면 중국의 노동가능인구의 감소에서건 둘 다 건 간에 아무튼 단위당 임금이 오르고 있는 모먼트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과거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미래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두 가지 키워드입니다. (1)조지아 (2)스마트팩토리. 조지아에 대해서만 써도 글을 한 편 쓸 수 있을텐데요. 정치적이나 역사적 맥락은 일단 넘어가고, 경제적 맥락에 대해 좀 써볼게요.
조지아주는 전기차 산업 허브로 새로 각광받는 지역으로, 완성차 제조기업 뿐만 아니라 이차전지와 리사이클링까지 다양한 기업이 진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기아, 현대차 외에도 한국 타이어, 성일하이텍(리싸이클), 한화솔루션(태양광) 기업들이 투자를 진행하거나 이 시점에도 계획하고 있어요.
"미국에서 만들겠다"는 의지가 조지아라는 지리적 배경을 업는다고 한다면, 그 수단으로서는 스마트팩토리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팩토리라고 하면 뭐 되게 거창해보이는데... 음, 아니에요. 잠깐 샐게요.
소위 혁신의 하나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자율주행에 대해 짧게 쓰겠습니다. 완전한 자율주행과, 인간 기사 채용에 있어서 서비스 경험자의 체험이 얼마나 크게 다를까요?
기술적으로 얼마나 대단한 성과인지에 대해 논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단지, 뒷자리에 타있는 승객에게 얼마나 다른 경험을 제곻아느냐는 거죠.
과연 그렇게 다를까요?
네 다르죠. 다른데, 자율주행이라는 것 자체가 '없던 것'을 '있던 것'으로 바꾸는 수준의 혁신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겁니다.
스마트팩토리도 마찬가지에요. 이미 구동되고 있는 기능들을, 사람이 없이도 구동하게끔. 자동화해서 비효율을 제거하겠다는 것이죠. 따라서 여기에서 좀 더 핵심적인 것은 기술 그 자체이기보다는 단위당 비용으로 귀결합니다.
사람과 로봇 중, 사람이 더 싸다면 우리는 왜 로봇을 써야하나요? 멋있어서? 혁신이라서? 아뇨.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중국의 노동가능인구 감소, 그리고 "미국에서 만들겠다"로 요약되는 리쇼어링, 그리고 신규 공장의 자동화등이 바로 '로봇'이라는 일군의 자동화에 자본투자를 몰고 있는 근본 원인이 됩니다.
자 그러면 더 먼 미래에 대해서.
스타워즈 시리즈 좋아하시나요? 얼마 전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된 스타워즈 드라마 시리즈 안도르에 보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주인공이 공장에서 기계를 조립하는 노역형에 처해지는 모습이 나옵니다.
스타워즈 세계관은 최첨단의 미래를 그려요. 뭐 다 그런 행성만 있는 건 아니지만, 행성 크기의 우주선이 행성을 부수고 차원을 도약하는 시대의 이야기니까요. 그런 시대에서도, 모든 것을 자동화하는 것보다는 한계비용이 0에 수렴하는 인간의 노동력이 더 싸다는 함의가 될 거예요.
아 그러고 보니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던 이야기네요.
생각보다 미래가 가깝네요. 네, 조선업의 경우 자동화가 굉장히 어려운 업종이기도 하고 자동화 단가보다는 한계비용이 0원에 가까운 수형자들을 투입하는 게 더 나으니까요. 물론, "비용적인 측면"에서요.
지구 단위로 이야기를 넓혀 볼게요. 인도의 이야기로 이야기를 끝맺겠습니다. 사람들은 인도의 노동력이 현재 지구 단위 생산력에 많은 기여를 한다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인도의 노동력이 세계 경제에 공헌하기까지는 아직도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GDP는 세계 5위로 식민지배를 받았던 '영국'을 추월했거나 그 목전에 있지만, 1인당 소득은 138위에요. 단위당 노동력 즉 1인당 생산성은 여전히 세계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처참할 정도로 낮다는 겁니다.
고금리와 높아진 인건비, 줄어드는 인구가 자동화에 대한 자본투자와 시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자 근미래일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끝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거예요. 인구의 1/3을 감소시킨 파멸적인 흑사병도 과거의 우화로 남고 인류가 이룩한 기술적 발전은 그 이후에도 엄청난 풍요를 불러왔으니까요.
고도화되는 기술, 점차 생산성을 높여갈 인도의 노동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미래가 다시금.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 겁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